호은공(湖隱公) 하언기(河彦基)24세손

하씨가 청주 서쪽 석화리(石花里)에 살고 있어 내 집과 산등을 사이하였기 집안끼리 서로 사귀는 우의가 있어 왔는데 어느날 하순홍 기홍(河純泓 琦泓)형제분이 족보와 그 윗대 행적기(行蹟記)를 가지고 와서 그 조부님과 황고님 양대의 행장문(行狀文)을 청하면서 이르기를『우리 집 사적을 아는 사람으론 당신만 한 분이없으니 원컨대 한 말씀을 아끼지 말고 써서 그 행적이 인멸하지 않도록 해 주기를 청하오,』하기에 내 여러 번 사양하였으나 되지 못하여 드디어 그 선대 유적(遺蹟)을 살펴보고 붓을 잡아 기록한다.

공은 진양 하씨요 휘는 언기(彦基)요 자는 치원(致元)이요 호는 호은(湖隱)이다. 시조(始조)의 휘는 진(珍)인데 고려(高麗)조정에 사직(司直)벼슬을 하셨다. 고려 말에 이르러 이름높은 공경(公卿)들이 빛나게 서로 이어졌다, 휘 부(溥)는 대광 영의정 호 경재 문효공 연(大匡領議政 號 敬齋 文孝公 演)과 형제간이신데 서열에 있어 맨 끝이 되는 아우이시다. 조선조에 와서 벼슬하여 대흥 교하 현감(大興交河縣監)으로 계셨을 때 어진 정사를 베푸셨다, 친성이 순근(醇謹)하고 학식이 고명하였는 데다 효도와 우애가 돈독하시어 남이 흠잡을 것이 없으셨다, 대광보국 숭록대부 의정부 영의정(大匡輔國 崇록大夫 議政府 領議政)에 증직되셨는데 이분이 13세 조부님이시다. 12세 조부님 휘 정서(呈瑞)는 사헌부 감찰 증 좌승지(사헌부감찰 증 좌승지(司憲府監察 贈 左承旨)요 11세 조부님 휘 연(漣)은 영희전 참봉(永禧殿 參奉)이다 9세 조부님 휘 운(雲)은 참봉(參奉)인데 선조 임란에 순절(殉節)하셨다. 조부님 용택(龍宅)은 첨지중추(僉知中樞)이다,황고는 학생이요 휘는 성해(成海)인데 집안 다스림을 예법에 맞도록하여 처사(處士)의 행실이 있으셨다, 선비 순천 박씨(順天朴氏)는 도사필서(都事弼瑞)의 따님이신데 순조 임술(1802)년 7월 20일에 공을 낳으셨다.

공이 나시면서부터 품질이 수미하셨고 차차 자라심에 선행이 단정하셨는 바 더욱 글 읽기를 좋아하시어 여러 번 과거에나갔으나 급제하지 못하셨다. 이로부터 마음을 임천(林泉)에 깃들여 스스로 만족해하며 뜻대로 사실 것을 기(期)하시고 부모님 섬기기에 효성을 다하고 형제간에 우애를 돈독히 하시니 고을에서 칭찬하였다. 부모님 상을 당하여 3년 동안 예법을 지켜 애통하심이 한량 없으셨고 초하루 보름에 반드시 성묘하시되 비록 비바람이 몰하칠 때나 차고 더울 때일지라도 한 번도 궐하는 일이 없었으며 연세 많아서도 한달에 한번씩은 성묘를 게을리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시전 서전 주역(詩傳書傳周易)을 정(精)하게 쓰셨는데 글씨고 주옥(珠玉)과 같았다 또 시문(詩文)의 유고가 있다. 평생 범절이 후손에게 모범 되지 않음이 없었다.

고종 갑술(1874)년 11월 17일 별세하시니 연세는 73이었다. 청주 서쪽 가작동 손좌(淸州西쪽 佳作洞 巽坐)에 장사 되시었다, 배위는 함양 박씨 장덕(咸陽朴氏章德)의 따님이시오 잠야(潛冶)의 후손이신데. 자녀를 낳지 못하셨다. 묘는 공과의 합봉이다. 계배(繼配)는 해주 오씨 재안(海州吳氏載雁)의 따님이신데 묘는 석화(石花) 오른편에 있다 아드님 한분이 계셨는 바 진빈(鎭斌)인데 벼슬은 교관(敎官)이었다. 따님은 세분인데 맏사위님은 안동 김 준신(安東金俊信)이요 다음은 청주 정홍종(淸州鄭洪鍾)이요 셋째는 진천 송 완식(鎭川宋完植)이다. 진빈(鎭斌)이 부안 임석주(扶安林錫疇)의 따님과 혼인하여 두아드님을 낳으시니 순홍 기홍(純泓琦泓)이요 두 따님이 계셨는 바 맏따님은 여흥 민영태(驪興閔泳泰)에게 출가하시고 다음은 문화 유 정식(文化柳廷植)에게 출가하셨다, 내외 손자 증손은 많아서 기록지 않는다 무릇 효는 백 가지 행동의 근원인데, 공의 순수한 효성은 처음과 끝이 한결 같으셨으니 실로 고을 사람들의 모범이 되었던 것이다.

그 밖에도 돈친(敦親)하고 구휼하는 일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으셨다. 공자님이 이르시기를『어버이 섬기기에 효도하기 때문에 충성이 임금에 옮겨진다.』하셨으니 공으로 하여금 일찍 조정에 발탁되시게 하였더라면 임금 섬기는 사업에 있어 반드시 그 직분을 다해 충성되 공적과 위대한 공렬(功烈)이 어찌 효도에만 그쳤으리요? 드디어 대개를 써서 훗일의 병필자(秉筆者)의 징고(徵考)를 기다리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