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포공(谷圃公) 하항(杭)26세손

1929년 봄에 의춘(宜春)에 와서 학가정(學稼亭)에 가서 예배하고 하군 치철(致徹) 치관(致灌)을 방문하여 여러 날 동안 머물며 두려울 것 없이 즐길 수 있었는데 그들이 선공(先公)의 문서를 내 놓으며 묘비문 지어주기를 청하는 바 내 이미 늙은 지라 사양 하였더니 집에 돌아온 후에 또 서한으로 청하니 그 정성에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삼가 살펴보니 공(휘 杭)은 어릴 때부터 남다른 기질이 있었고 장성하여서는 태도가 점잖고 침착하고 말을 삼갔으니 일찍부터 향리(鄕里)에서 우러러 보게 되었고 모든 일을 다스림에 부당한 일이 없었다, 그러나 횡액은 사람이 사는 데에는 견디지 못할 일이더라, 거처하는 데에는 마음이 평안하고 침착하니 그 때에 군자(君子)라 하였다.

공(公)은 1847년에 태어나 1917년 3월 17일에 돌아가시니 향년71세였고 장지(葬地)는 외조리(外槽里) 선고묘 백호등(白虎嶝) 아래 기슭 임좌(壬坐)이다 공의 휘는 항(杭)이요 자는 응직(應直)이며 호는 곡포(谷圃)이다 진양하씨는 고려 사직공(司直公) 휘 진(珍)을 시조로 모셨으며 여러 대를 내려와 조선조 초기에 휘 연(演)에 이르러 영의정(領議政)벼슬을 하고 문효(文孝)라는 시호(諡號)를 받고 문종묘(文宗廟)에 배향되셨으니 세상에서 일컫는 경재(敬齋)선생이요 이로써 동방의 대족(大族)이 되었다, 휘 우명(友明)은 동지중추(同知中樞)이신데 효행이 극진하여 효자정려(孝子旌閭)를 받으셨으며 휘 철석(哲石)은 호군(護軍)인데 세조조(世祖朝)에 병을 핑계로 나가지 아니하였고 휘 한우(漢佑)는 사직(司直)이요 휘 혼(渾)은 세마(洗馬)이며 호는 모헌(募軒)인데 승정원 좌승지(左承旨)로 증직되셨는데 공의 9세조이시다 고조의 휘는 흡(흡)이요 선고(先考)의 휘는 우량(宇亮)이신데 통정대부(通政大夫)의 수직(壽職)을 받으셨다

선비(先비)는 담양전씨(潭陽田氏) 수추(守秋)의 따님인데 경은공(耕隱公) 조생(祖生)의 후손이다, 원배(元配)는 의춘남씨(宜春南氏)일로(一輅)의 따님인데 1842년에 태어나 1862년에 돌아가셨는데 자녀를 두지 못하였으며 묘는 양천(陽泉) 안상의 이태전곡(二太田谷)자좌(子坐)이다 계배(繼配)는 의춘옥씨(宜春玉氏) 재장(載章)의 따님인데 1844년에 태어나 1911년 9월 17일에 돌아가셨으며 묘는 고조모님 묘 백호등(白虎嶝) 아래 기슭 간좌(艮坐)이다 공이 떠나신 후 묘가 수 군데나 되었다. 2남 4녀를 두었는데 아드님은 치철(致澈)과 치관(致灌)이요 큰 따님은 담양전만진(田萬鎭)과 혼인하였는데 일찍 홀로 되어 수의(守義)하였고 둘째 따님은 의춘남상수(南相壽)와 셋째 따님은 담양전태수(田兌秀)와 그리고 넷째 따님은 담양전상억(田相億)과 혼인하였다.
공의 장남 치철(致澈)의 아들은 세호(世鎬) 태호(台鎬)요 딸은 셋인데 창녕조균구(曺均九) 인천이호영(李昊永) 안악이연규(李煉圭)에게 출가하고 차남 치관(致灌)의 아들은 좌호(左鎬) 우호(右鎬) 병호(丙鎬)필호(必鎬) 거호(巨鎬)요 딸은 담진안기제(安基濟)와 혼인하였고 증손은 어리므로 기록하지 않는다,

공은 바탕이 순박하고 인정이 두터우며 본디부터 타고난 천성이 효행과 절의(節義)가 있었으며 기골이 장대하고 넉넉한 얼굴에 이마가 넓고 허리가 길어 엄숙한 모습은 신분이 높고 타고난 마음씨가 겉으로 드러난 몸가짐이었다. 일찍 다듬은 학령(學令)은 중간이었고 만년에는 은사(隱士)의 정원을 참고 지키며 가정에서나가지 않음을 본받을 일이라 덕을 더하고 고을에서 더욱 아름다운 손님으로 대접받는 친구가 되었으며 매우 풍족하니 이에서 널리 나눌 수 있는 풍속이 되었으며 번번이 취야여 노래를 읊어서 본성(本性)의 기쁨을 쏟아내고 더불어 노닌 것은 모두 한 때의 청망(淸望)과 같으며 애산(艾山) 정재규(鄭載圭)는 그 가장 마음에 맞는 절친한 사이였다.급기야 돌아가시매 종척과 친구 친지들이 모두 탄식하였고 만장(晩章)을 쓰기에 이르렀다 광채나는 명예는 기이함을 밝히고 차서 넘치는 모습을  밝은 책이라. 넉넉한 말씀을 보임은 공의 평생의 좇음이요 불우한 때를 만남은 공의 운사다 어찌 더하고 덜함이 있으리요? 이에 대략을 기술하고 이어 명(銘)하노라.

세상일과 그리 관계하지 않고 타고난 진심을 기르고

오직 덕되게 함은 날로 결점을 고쳐 새로워짐에 있으면서

어질고 명석한 아버지가 되고 고향에 있을 때에는 행실이 착실한

사람이라 소가 잠자듯이 간직함은 신비함을 도와서 끝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