孝子守軒 하영식(河永湜)

사람의 행실로 한 가지라도 기록할 만한 것이 있으면 표창하여 드러내거늘, 하물며 한 문중에 양대 효행이 가업으로 서로 전해지는 경우에 있어서랴? 여수의 덕충방에 효자 영식(永湜)이 있어 호를 수헌(守軒)이라 하였는데, 진주 세계(世系)를 가진 분이었다. 대사간 휘 결(潔)과 사복정 휘 우룡(遇龍)과 좌승지 휘 성규(聖圭)는 그 세덕(世德)이다.어려서부터 행동이 아름다워 능히 어버이 섬기는 법도를 알았고, 장성하여서는 부모 섬기기에 힘을 다하여 매사를 반드시 부모에게 품하여 행하고 반드시 부모님의 뜻에 순종하였으며, 여러 달의 시병(侍病)에 정성껏 약을 다려 드리고, 손가락 피로 3일간 회생하게 하였으며, 상(喪)을 당하여서는 피눈물이 나도록 슬피 울고 상례를 마치었다.

그 아드님 인근(引根)도 가훈을 이어 효도와 우애가 돈독하여 음식을 반드시 맛있게 해 드리고 극진히 성력을 다하였으며, 3년동안의 아버님 병환에 그 곁을 떠나지 않았고, 피를 드려서 명을 연장시켰으며, 또 상을 당해서는 애통하여 거의 탈진하였으며, 예절을 다하여 3년의 상을 마치었다. 아, 아버님 가르침을 아드님이 이어받아 전함에 떨어뜨림이 없어, 이미 고을 사람들의 칭송이 있으니 이른 바 「효자불궤영석이류」라 하겠다.고을의 인사(人士)들이 유양(揄揚)할 것을 도모하고 비를 세우려 하여 나에게 글을 써 달라고 하므로, 내가 그 좋은 일에 감동하여 대략을 썼노라. 이에 명(銘)한다.

도덕을 지켜 온 선대의 아름다움이요, 시례를 전해 온 집안의 풍범이로다. 대대로 효자 되시니 행함에 맞지 않음 없었도다. 사셨을 제 봉양하고 돌아가셔서도 섬김에 그 몸 병들도록 정성을 다하셨도다. 명(銘)을 지어 돌에 새기노니, 그 이름 무궁하게 퍼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