孝子晩悟 하대욱(河大郁)

정성이 있으면 반드시 사물의 감응이 있는 법인데, 정성을 들이지도 않고 사물이 감응하는 이치가 없다고 한다면 이것은 미혹의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얼음 속에서 잉어를 구하고 꿩이 여막에 들어온 일이 소학(小學)에 실려 있는 바, 이는 대현(大賢)들의 세도(世道)를 위한 권면이 또한 지극함이로다. 이제 내가 하씨의 효자공을 위하여 그 행적을 포창하는 일에 가만히 이 말을 취하노라. 공의 휘는 대욱(大郁)이요 자는 문백(文伯)이며 호는 만오(晩悟)요 성은 진주 하씨인데 문효공 휘 연(演)의 후예요, 휘 위보(緯普)의 아드님이다.

1830년에 태어났는데, 어릴 때부터 특이한 기질이 있어 부모님 모심에 비록 작은 일일지라도 더욱 부지런하였다. 모친이 일찍이 밤눈이 어두웠는데, 들으니 올빼미 고기를 잡수시면 낳을 수 있다기에 정성을 다해 구해다 드리니 눈이 다시 밝아지게 되었다. 또, 산후혈적증으로 9년동안 병석에 누우셨으므로 근심이 되어 허리띠를 풀지 못하고 널리 약을 구하던 차에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두견새의 회를 잡수시면 낳을 수 있다고 하였는데 우연히 두견새가 뜰안의 나무에 날아 들었다가 거미줄에 걸렸으므로, 한 번 시험하니 과연 효험이 있었다. 모친이 편식하여 물고기를 즐기시므로 날마다 공양하여 떨어뜨림이 없었으되, 추운 겨울 얼음이 얼었을 대에도 구하여 얻지 못함이 없었다.

선고상을 당하여는 슬퍼함이 건강을 해쳐 거의 탈진할 지경이었는데도, 빈소 모시기와 장사 치름을 예법대로 하였으며, 뒤에 상을 당해서도 그와 같이 하셨다. 일찍이 마을에 불이 나서 이웃으로 번져 나갔으나, 곰은 홀로 여막을 지켜 가지 아니하고 하늘에 빌며 울부짖으니, 바람이 갑자기 방향을 돌려 불이 여막을 범하지 않았으니 진실로 정성의 지극함이 아니었다면 감응의 높음이 이에 이르렀겠는가?

대개 그 평소의 자취가 거짓으로 옛 사람의 일을 취한 것이 아님을 앞뒤의 유림장(儒林狀)을 살펴보면 알 것이다. 공이 이미 돌아가시매 세상의 화기(禍機)가 일찍이 이 일을 천양(闡揚)하는 데 마음을 두었으나 이루지 못한 채 돌아가셨고, 손자 종규(鐘奎)가 더욱 이를 슬퍼하여 비석을 세우니, 모든 일족들이 힘써 도왔으므로 그 의(義)로움도 글로 쓸 만한 일이로다. 이에 명(銘)한다.

명예를 위하여 일을 한다면 백 가지의 행동이 모두 거짓이 되거니와, 진실로 정성으로 한다면 어떤 감응 인들 이르지 않으리요? 저 꿈틀거리는 사물들은 역시 하늘의 상서(祥瑞)이니, 만약 이 말을 믿지 못하겠거든 주자(朱子)에게 물어 보라. 그 자취를 이 돌에게 새겼으니, 길 가는 사람들은 반드시 법 삼을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