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열부(孝烈婦)유인(孺人)경주(慶州)김씨(金氏)

유인(孺人) 김씨(金氏)는 관향은 경주(慶州)인데, 진양 하공 영풍(永豊)의 부인이다. 유인은 고가세족(古家世族)으로 출가하기 전에 이미 칭찬을 받으셨는데, 출가하여서는 친정 부모님을 섬기던 효성을 시부모님께 옮기니, 시부모님이 말씀하기를 「우리를 잘 섬기고 남편을 공경으로 받드니 집안이 엄숙하고 화평하다」하셨다. 불행히 낭군님이 병으로 고생하니, 유인이 하늘에 빌고 산신에 빌어 당신 몸으로 남편을 대신하게 하기를 워하셨다. 백방으로 약을 구해 간호하고 심지어 다리 살과 손가락 피로써 공양하였으나 겨우 몇 날의 수명을 연장시킬 뿐이었으니, 어찌할 도리가 있었는가?

마침내 별세하시니 애통 망극하여 살고자 아니 하려는 듯하였다. 장례를 예로써 치른 뒤에 따라 죽을 것을 결심하였으나, 돌이켜 젖 먹는 어린 아기를 맡길 데가 없고 문중에도 가까운 친척이 없음을 생각하여 하는 수 없이 슬픔을 참고 예법을 지켜 굳게 다하지 못한 의리에 집착하여 부지런히 살아 가실 제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 길쌈과 바느질로 윗대의 제사를 받들며 가계를 이룩하였고, 아들을 옳게 교육하여 가문의 명성을 떨어뜨리지 않으셨다.

아드님 진권(鎭權)이 자당의 뜻을 잘 이어 또한 효성이 사방에 떨쳤다. 아, 거룩하다. 유인 같은 분은 나라에는 충신이요, 가정에는 정렬한 부인이다. 그 일시의 생각으로 낭군따라 죽는 것과 견주어 볼 때 어느 것이 어려우며 어느 것이 쉬우냐를 따지는 일은 진실로 알지 못하는 이와 더불어 이야기할 바가 못된다. 이에 논(論)한다.
몸을 닦아 그 일을 다하시고 아들을 가르쳐 그 가문을 일으키셨네. 빛난 높은 풍범은 규방에 모범되었네. 높고 아름다운 행실은 정문(旌門)을 세울 만하였네. 시대는 어찌 달라 예와 이제가 있는고? 조물주게 묻자옴에 생각만 유유하네. 황하수가 맑을 날이 과연 언제일는고? 산은 높은 물은 길이 흐르네.